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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벵에돔 낚시대에서부터 찌, 밑밥 포인트까지

벵에돔 낚시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유튜브를 보면 마릿수 조과 올리기가 참 쉬워 보이는 어종 같지만 개인적으로 찌낚시 테크닉의 최고봉에 있는 어종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예민하고, 물고기 특성과 환경을 알아야 공략이 가능한 낚시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에 다녀온 포인트는 날씨도 환경도 운이 따라줬는지 나 같은 초보 조사도 마릿수의 조과를 올릴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한번 이렇게 마릿수로 잡는 경험을 해보니 어느 정도 채비에 대한 믿음과 내가 운용했던 조법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 같다. 


벵에돔 습성과 낚시 시기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 어종의 습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냥 넓은 바다에 찌하나 띄우고, 밑밥만 주면서 고기를 불러 모으기엔 그 확률이 너무 낮다. 고기가 있는 곳에 미끼를 넣기 위해선 그 고기가 어디에 사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벵에돔은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를 기준으로 남동해 지역에 서식한다. 주로 연안의 암반지역에 몸을 숨기고, 해조류를 먹이로 삼는다. 먹이 활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닥에 있는 먹이보다는 자신의 눈높이 이상에서 움직이는 먹이에 더 반응을 한다는 점이다. 또한  몸을 숨길 수 있는 구조물 주변에 서식하는 특성을 보면 알 수 있듯 경계심이 높은 어종이다. 따라서 벵에돔을 낚고 싶다면 감성돔과 같이 바닥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눈높이 이상에서 미끼를 유지하면서, 경계심을 주지 않아야 한다.

 

벵에돔 낚시는 5월 중순에서 10월 정도까지를 시즌으로 본다. 수온이 낮아지면 연안에서부터 멀어져 먼바다로 나가기도 하고, 수면으로 잘 피어오르지 않기 때문에 수온이 따뜻해지는 시기가 시즌이다. 여기서 말하는 낚시는 원도권 보다는 연안, 내만권을 의미한다. 30cm 중반 이상의 씨알부터는 무리보다는 개별적으로 움직인다고 하고, 바닥권에 머물기 때문에 감성돔 채비에 낚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벵에돔이 잘 낚이는 환경

벵에돔 낚시가 어려운 점은 이미 위 습성에서부터 알 수 있다. 봉돌을 달아 편하게 바닥에 내리는 낚시도 아닐뿐더러 경계심이 많은 고기기 때문에 채비 또한 가볍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잘 낚이는 환경도 습성을 생각해 보면 알기 쉽다.

경계심이 많기 때문에 경계심을 허물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면 된다.

 

바라보기에는 너무 좋은 맑은 물색과 햇볕. 물고기에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첫 번째로 날씨. 햇볕이 쨍해서 물속까지 빛이 비치는 날씨가 숨기 편할까, 아니면 흐린 날이 편할까? 당연히 흐린 날이다. 숨기 편한 환경을 생각하면 어느 포인트를 공략할지 감이 올 것이다. 파도가 부딪쳐 포말이 쓸려 나가는 포인트 또한 몸을 숨기기 좋은 장소가 된다. 볕이 따뜻하고 쨍한 날씨에 수온도 따뜻해지니 벵에돔이 수면으로 피어오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생존을 경쟁하는 물고기 입장에선 몸을 숨기는 게 우선이다.

벵에돔이 몸을 숨기기 용이한 수중여가 보인다. 물색 또한 몸을 숨기기 좋은 살짝 탁한 상태.

두 번째로 밤과 낮. 위에서 충분히 언급했으니 언제가 더 나을지 예측이 될 것이다. 숨기 좋은 시간인 밤이 경계심이 덜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낚시인들이 동틀 무렵과 해 질 녘이 가장 피크 타임이라고 꼽는 것이다. 벵에돔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세 번째는 조고차(물때). 날씨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파도가 생기는 환경이 물속을 가려주기 때문에 조류 흐름이 원활한 환경이 벵에돔의 경계심을 낮춰준다. 따라서 물이 많이 들어오고, 많이 빠지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사리 물때가 조과가 좋은 편이다. 30cm를 잘 넘지 않는 크기의 조그마한 물고기라 잔잔한 환경에서 먹이 활동이 활발할 것만 같은 건 사람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지형. 이번 낚시 때도 느낀 것이지만 은폐엄폐를 할 수 있는 포인트가 중요하다. 다이빙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텐데, 물속 깊이 들어갈수록 생명체가 없다. 그리고 모래사장만 이어지는 허허벌판에선 물고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다시 말해 물속은 생존 경쟁터기 때문에 포식자가 아닌 경우 대부분이 지형물에 숨어있다. 연안에 사는 벵에돔은 습성을 고려했을 때 더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여밭이나 수중여, 꽃부리, 절벽과 같이 포식자에게 노출되지 않으면서 먹이활동을 하는 곳이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벵에돔 낚시채비와 장비

벵에돔 낚시는 전반적으로 가볍다고 보면 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생각보다 미끼를 교체하는 주기가 굉장히 빠른 낚시라 낚싯대를 비롯한 장비가 무거우면 힘들다. 두 번째는 벵에돔 자체가 예민하기 때문에 최대한 이물감을 줄여주려는 목적이다.

 

벵에돔 낚싯대는 530, 즉 5.3m 길이의 1호 낚싯대를 주로 사용한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유동 낚시로 노릴 예정이라면 개인적으로 5.0m의 1호 혹은 그 이하 낚싯대로 조작성을 높이는 것도 좋은 선택인 것 같다. 다만 벵에돔이 상층에 확실히 피었고 연속해서 마릿수를 올리고 싶다면 목줄을 길게 주는 낚시 특성상 5.3m의 낚싯대가 유리한 점은 있다(낚싯대가 길어야 그만큼 운용할 수 있는 목줄 길이다 조금 더 길다). 릴은 2500번이나 3000번 릴을 주로 사용하는데, 장타를 날릴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소형릴이 조작에 용이하다 생각한다.

 

벵에돔은 다른 어종에 비해 크기가 작다(크기는 작아도 힘은 감성돔 못지않다). 30cm만 넘어가도 중짜는 된다고 보면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주둥이가 작은 편이다. 검색해 보면 벵에돔 전용 바늘이 있는데, 아무래도 낚시 문화가 발달한 일본 용어에 따라 치누(감성돔), 구레(벵에돔)라고 표현된 경우가 많다. 보통 내만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4~6호 사이를 사용하면 충분하다.

 

벵에돔 낚시만의 필수품이라고 한다면 밑밥 주걱이다. 벵에돔 밑밥은 주로 빵가루를 사용하는데, 벵에돔의 습성을 고려해 밑밥이 천천히 상층부터 가라앉히는 방법을 사용한다. 떨어지는 밑밥 사이로 미끼를 동조시켜서 밑밥을 먹기 위해 부상한 벵에돔이 섞여있던 미끼를 물게 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여기서 투척하는 밑밥의 양이 많고, 비중이 높으면 덩어리 상태로 쭉 밑밥이 떨어져 쌓이게 된다. 다시 말해 밑밥과 미끼를 동조시키는데 불리하기 때문에 벵에돔용 밑밥 주걱은 용량이 적다. 

 

채비는 초보자라면 두 가지만 익숙해지는 노력을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첫 번째는 제로찌 전유동으로 찌매듭 없이 찌-조수우끼-목줄 직결 매듭 - 바늘 순으로 이어지는 아주 간단한 채비이다. 미끼와 바늘의 무게로 천천히 조수우끼가 침강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특정 수심층에 머물 수 있도록 살짝살짝 견제해 주는 것부터 연습하자. 운 좋게도 채비가 착수하고, 상층에서 연달아 벵에돔을 잡았을 경우엔 빠르게 목줄찌나 발포찌 채비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벵에돔이 상층까지 피었기 때문에 상층만 공략하는 방법으로 마릿수를 채우기 좋다. 던질 찌 - 조수우끼 - 발포찌(or 목줄찌) - 직결매듭 - 바늘 순으로 가운에 채비만 바뀐다. 이 가운데 채비가 아주 예민한 어신을 전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상층에 고정된 반유동 느낌의 채비가 된다.


벵에돔 낚시 포인트, 거제 지세포

지난 8월 27일, 거제 지세포에 벵에돔 낚시를 다녀왔다. 출조점은 거제 선창낚시로 내만 출조비 2.5만 원이었다.

거제가 생각보다 큰데 해금강까지 들어가려면 거제에 도착해서도 30분 정도는 더 들어가야 한다. 지세포는 거제 초입에서 가깝기 때문에 멀리서 온다면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내린 갯바위 위치도 아주 가까운 편이라 10분도 채 안 걸려 포인트에 도착했던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벵에돔 낚시 조과가 대부분 낱마리였고, 맑은 물색이 더 조과가 좋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있었기에 처음 물색을 보고 이번 낚시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채비는 530-1호대에 3000번 릴, 시작은 제로찌 채비에 5호 바늘을 사용했다.

발앞 수심이 약 5m 정도로 직벽을 이루는 포인트였다.

예상과는 달리 첫 캐스팅부터 탁한 물색의 힘을 여실히 느꼈다. 동틀 무렵이었고, 홍개비를 달아 발 앞 2m 정도 앞으로 캐스팅해서 안쪽으로 찌가 밀려오는 중에 입질을 받아냈다. 발 앞 직벽을 기준으로 하루 종일 물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바뀌면서 움직였는데, 딱 발 앞 주변까지 찌가 왔을 때 대를 살짝 들어 경계하면 어김없이 도도독 하고 미끼를 채갔다. 두 마리 정도가 채비를 착수하고 채 1분도 안되고 올라왔을 때 확실히 상층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발포찌로 채비를 변경했다. 

영롱한 빛깔의 벵에돔. 홍개비를 물고 올라왔는데, 사이즈가 아쉽다.

미끼는 홍개비와 밑밥용 크릴, 그리고 빵가루를 사용했는데, 결론적으로 대부분 홍개비로 오전에 조과를 올렸다. 오전에만 11마리 정도를 잡아 올렸는데, 대부분이 20cm 주변이라 거의 방생했다. 딱 한번 대가 휘어질 정도의 입질을 받았지만, 힘겨루기 과정에서 직벽 아래로 파고드는 바람에 목줄이 쓸려 터지는 아쉬운 상황도 있었다.

꼬리가 V자로 들어갔고, 검은색 아가미 무늬가 선명한 긴꼬리벵에돔.

오후로 갈수록 수온이 오르면서 입질이 점점 뜸해지더니 철수 두 시간 전부터는 작은 씨알도 볼 수 없었다. 건너편 갯바위 조사님은 그래도 10~20분 간격으로 벵에돔을 계속 낚아 올렸는데, 이후에 물어보니 제로찌 채비에 미끼는 빵가루만을 사용했다고 한다. 가만히 관찰해 보니 정말 쉴 새 없이 미끼를 갈고 계속 던지는 작업을 반복하셨다. 채비가 수면에 닿는 즉시 동조시킬 밑밥을 물 흐름에 맞춰 던져놓고, 입질이 들어오던 지점을 찌가 지나갈 즈음이면 바로바로 채비를 회수해서 다시 던지는 것을 보았다. 추측컨대, 이날 수온이 26~27도까지 꽤 고수온으로 올라가면서 벵에돔이 오전과 달리 중층 즈음으로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더 예민해진 상황에서 건너편 조사님의 제로찌 조법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허기자님 유튜브를 보니 수온이 높을수록 벵에돔을 포함한 열대성 어류의 낚시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왜냐면 수온이 높아지면 물속의 용존산소량이 부족해져 물고기들이 수온 상승이 덜한 깊은 곳으로 이동하거나 먹이활동을 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벵에돔 낚시는 참 재밌다. 예민하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춰 채비와 조작법을 바꾸고, 내 예상이 적중했을 때 주는 쾌감이 있다. 이번 낚시에서 느낀 점은 어느 어종을 상대할 때나 마찬가지로 어종 습성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배웠던 점은 조수우끼의 움직임으로 어신을 파악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바닥에서 미끼를 물고 끌고 가면서 어신이 아주 확실한 감성돔보다는 찌매듭이 없어 낚싯줄의 각도가 일정 부분 꺾여야 확실한 어신이 확인되는 벵에돔 낚시에서는 줄이 펴지는 그 순간을 잡아내는 것이 더 빠르게 낚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낚시 때에는 수중찌를 활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살이 꽉찬 맛있는 벵에돔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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